[시카고대학병원 건강 칼럼] 1. 류마티스 관절염과 퇴행성 (골) 관절염
사례1 40대 중반 여성이 6 - 8개월간의 관절 통증으로 찾아왔습니다. 처음에는, 오른쪽 손가락 마디와 손목이 아프기 시작했는데, 이제는 양손과 양손목, 팔꿈치와 무릎까지 통증이 번졌습니다. 통증이 있는 마디들은 부어올랐고, 열이 있으며, 특히 아침에 일어나면 관절들이 더 아프고 뻐근 합니다. 한두시간 정도 움직이거나,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해야 뻐근함이 없어집니다. 사례2 50대 후반 남성이 1 -2 년간의 관절 통증으로 찾아왔습니다. 처음에는 오른쪽 무릎이 아프더니, 이젠 양 무릎에 다 통증이 있습니다. 누워있거나 오래 앉아있다가일어나게 되면, 한 2 - 3분간 무릎이 뻣뻣함을 느낍니다. 가만히 누워있으면 증상이 거의 없지만, 체중을 싣게 되면 무릎이 아프기 시작합니다. 류마티스 내과에서 일을 하다보면 위의 두 케이스와 비슷한 환자분들을 많이 만나게 됩니다. 두 분 다 관절 통증으로 오신 케이스인데요, 비슷한 것 같지만 매우 다른 관절염을 앓고 계십니다. 이 시간에는 류마티스 내과에서 다루는 병들 중 가장 많이 다루는 두 병, 류마티스 관절염과 퇴행성 관절염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자 합니다. 류마티스 내과 (rheumatology) 라고 하면 “거기가 뭐 하는 곳인가요?” “류마티즘?” “관절염?” 이런 질문들을 많이 하시는데요, 류마티스 내과가 무엇을 하는 곳인지 먼저 알아보겠습니다. 류마 (rheuma)란 고대 희랍어에서 나온 말로서 나쁜 체액이 몸 속을 돌아다니면서 질병을 일으키는 상태를 뜻합니다. 현대의학에서 자주 쓰는 용어는 아닙니다만, 류마티즘 (rheumatism)이라는 단어가 바로 ’류마’에서 파생되었고, 이 류마티즘은 관절염 뿐만 아니라, 관절과 연관된 모든 근골격계 질환을 포함한 류마티스 질환들을 지칭합니다. 류마티스 관절염 (rheumatoid arthritis)은 여러가지 관절염들 중 한 종류입니다. 염증을 일으키는 관절염들 중 가장 흔한 관절염으로서, 자가 면역 질환 (autoimmune disease)에 속합니다. 정상인 면역체계 (immune system)는 보통 내외부로부터 오는 세균이나 이물질 같은 위험으로부터 몸을 보호해주는 기능을 담당합니다. 하지만 간혹가다가 그 면역체계가 갑자기 ‘반란’을 일으켜 자신을 공격하기 시작하고, 관절, 뼈, 힘줄 및 인대 등을 침범해 염증을 일으키며, 체내 조직을 파괴하게 되는데, 그 것을 자가 면역 질환이라고 부릅니다. 자가 면역 질환의 종류은 매우 많은데, 그 중 대표적인 것으로서, 류마티스 관절염, 루프스 (lupus), 강직성 척추염 (ankylosing spondylitis), 건선 (psoriasis), 혈관염 (vasculitis)등이 있습니다. 류마티스 내과에선 이런 자가 면역 질환들과 기타 근골격계 질환들을 다룹니다. 류마티스 관절염은 보통 30대에서 50대 사이의 여성에게 가장 많이 발병하지만, 어린 아이, 노인 그리고 남성들에게서도 발병될 수 있습니다. 염증을 유발하기 때문에, 환자분들은 보통 관절에서 붓기와 통증 그리고 열이 나는 것을 느끼십니다. 또한 염증성 관절염의 대명사라고 불리는 ‘조조경직’이란 증상이 일어나는데, 이것은 아침에 관절이 뻣뻣한 느낌이 드는 현상을 말합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손발이 뻐근하다든지, 단추를 채우거나, 병 뚜껑을 열려고 할 때 손가락 관절이 뻣뻣해서 일상 생활을 하기가 힘들다든지 통증이 있다는 등 여러가지 증상들을 호소하시는데,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분들에겐 이런 조조경직 증상이 대게 1시간 이상 지속됩니다. 가장 흔하게 발병되는 부위는 주로 손과 발의 작은 관절들 (중수[또는 중족]지관절, 근위지관절)과 손목/발목이 되겠고, 흔치는 않지만 그 밖의 큰 관절들에도 발병되곤 합니다 (그림 1). 관절염이라고 해서, 관절에만 증상이 한정되있는 것은 아닙니다. 류마티스 관절염은 병명과는 달리, 전신성 질병 (systemic disease)이여서, 관절 외 여러가지 증상들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미열, 피로감, 식욕감퇴, 체중감소 등의 전신증상에서부터, 피하결절 (rheumatoid nodule), 빈혈 (anemia), 안구 흰 부분에 염증이 생기는 공막염 (scleritis), 혈관염 또는 폐섬유증 (pulmonary fibrosis)과 같은 다른 조직의 염증까지 일으킬 수 있는 전신성 자가 면역 질환 (systemic autoimmune disease) 중 하나가 류마티스 관절염 입니다. 류마티스 관절염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수많은 연구에 의해 밝혀진 바에 의하면 유전적 요인이 크고, 또한 흡연과 감염과 같은 외부적인 요인도 있습니다. 아직 확실한 진단법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환자분의 증상과 의사의 진찰 소견이 가장 중요하고, 혈액검사와 엑스레이와 같은 방사선 촬영 검사 결과의 도움을 받습니다. 혈액검사 중 가장 중요한 검사는 항체 검사로, 가장 흔히 알려져 있는 류마티스 인자 (rheumatoid factor)와 항 CCP 항체 (anti-CCP) 검사를 하게 됩니다. 류마티스 인자는 이름과 달리, 건강한 사람에게나, 다른 질병 (예: B형, C형 간염) 이 있는 경우에도 양성 반응이 나타나기 때문에, 검사 결과가 양성이 나왔다고 해서 무조건 류마티스 관절염을 의심할 수는 없습니다. 류마티스 관절염은 회복이 불가능한 관절 손상을 일으키기 때문에, 조기 진단과 치료가 매우 중요합니다. 완치는 불가능하지만, 치료를 통해서 증상을 완화시키고, 병의 진행을 막아줌으로써 환자의 삶의 질을 높여줄 수 있습니다. 약물 치료는 크게 증상 완화를 위한 이부프로펜 (ibuprofen: Advil, Motrin)과 나프록센 (naproxen: Aleve)과 같은 비 스테로이드성 항염제 (NSAIDs)와 스테로이드 (steroid: prednisone, methylprednisolone) 그리고 증상 완화와 병의 억제를 막아주는 면역 억제제들인 항 류마티스 약제들로 나뉩니다. 모든 약들은 장기 복용시 부작용의 위험이 따르기 때문에, 류마티스 내과 전문의와의 정기적인 상의를 필요로 합니다. 아세타미노펜 (acetaminophen: Tylenol)과 같은 진통제도 통증 완화에는 쓰이지만, 염증에는 소용이 없습니다. 장시간 동안 몸을 움직이지 않으면 관절 경직과 근육 퇴화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적당한 운동이 필요하고, 류마티스 관절염과 같은 만성 전신 염증성 질환 (chronic systemic inflammatory disease)은 조기 심장질환 위험을 높일 수가 있으므로 음식과 체중 조절이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관절염하면 흔히들 생각하는 퇴행성 관절염과는 어떻게 다를까요? 퇴행성 관절염 (degenerative arthritis) 이라고 흔히들 부르는 골 관절염 (osteoarthritis) 은, 1차적인 원인인 염증 때문에 2차적으로 관절에 손상이 가는 류마티스 관절염과는 달리, 연골 (cartilage) 이 점차 닳아서 뼈들이 마찰을 일으키며 생긴 손상으로 인해 통증이 일어나는 병입니다. 손상이 일어난 뼈들은 점차 정상적인 형태를 잃게 되고, 변형이 일어나며, 관절의 기능을 잃게 만듭니다. 염증성 관절염이 아니여서, 앞에서 다루었던 조조경직 증상 (아침에 뻐근함)은 없거나, 있어도 지속되는 시간이15분 미만이고, 관절에 관절액이 차 붓는 경우가 있지만, 류마티스 관절염과는 달리 열은 보통 없습니다. 대신 관절 운동시 “뿌드득”하는 마찰음이 있을 수가 있고, 뼈가 튀어나오는 관절 비대화가 일어날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골 관절염이 생긴 부위를 만져보시면 딱딱한 돌기가 있는 것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역시 확실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보통 40 – 50대 이상에서 많이 발생하고, 여성이 남성보다 2배에서 3배 정도 발병률이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른 위험 요인들을 보자면 유전적인 요소가 많고, 비만, 직업 (관절을 많이 쓰는 직업), 스포츠, 부상 경력, 1차적인 염증성 관절염 여부 등이 있습니다. 나이 드신 분들에게 오는 병이라고 주로 알려져 있지만, 유전적인 이유나, 관절 부상 경험 여부에 따라 비교적 젊은 분들도 걸릴 수 있는 병입니다. 가장 흔하게 발병되는 부위는 류마티스 관절염과는 조금 다릅니다. 무릎과 고관절에 흔하게 발생하고, 척추 (특히 목뼈와 허리뼈)에도 영향을 줄 수 있으며, 손가락과 발가락에도 발생하지만, 류마티스 관절염과는 달리 손목과, 중수지관절에서는 발병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림2). 퇴행성 (골) 관절염 진단에 있어서도 역시 증상과 진찰이 가장 중요합니다. 혈액 검사는 필요 없지만, 엑스레이와 같은 방사선 촬영은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진행을 막는 치료법은 아직 없습니다. 일단 안정과 적절한 휴식이 필요하고, 체중조절과 적당한 운동을 통해 관절의 안정성을 높여주는 것이 좋습니다. 전문 물리치료사를 통해 근육을 단련해주는 방법도 매우 도움이 됩니다. 걸음걸이에 문제가 있다면 교정이 필요하고 지팡이 같은 보조기구를 통해 사용할 필요도 있습니다. 앞에서 다루었던 비 스테로이드성 항염제나 아세타미노펜 같은 진통제도 많이 쓰입니다. 심한 경우엔 관절내 주사를 사용할 때도 있는데, 주사제는 항염제인 스테로이드와 관절액의 구성분인 히알루론산 (hyaluronic acid)로 나뉩니다. 만약 물리치료도, 드시는 약도, 관절내 주사도 전혀 듣지 않는다면, 정형외과를 통해 인공 관절 치환술과 같은 수술적 치료를 권해드립니다. 지금까지 류마티스 내과에서 자주 다루는 류마티스 관절염과 퇴행성 (골) 관절염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그렇다면 이 글 처음의 사례로 다시 돌아가 보겠습니다. 하나는 류마티스 관절염이고 다른 하나는 퇴행성 (골) 관절염입니다. 정답을 예상하실 수 있으신지요? 정답은 아래에 있습니다. 다음 주엔 또 다른 염증성 관절염인 강직성 척추염과, 바람만 불어도 아프다고 하는 통풍에 대해서 다루기로 하겠습니다. 답: 사례 1 – 류마티스 관절염, 사례 2 – 퇴행성 (골) 관절염 약력: Kichul Ko (고기철), MD The University of Chicago 류마티스 내과 조교수 (assistant professor) The University of Chicago 류마티스 내과 전임의 (fellowship) 수료 Thomas Jefferson University 내과 전공의 (residency) 수료 Rush University 의과대학 (Rush Medical College) 졸업